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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시리스네] 현대 AU-After Story.1.

 

"아."

 

 결국 쳐맞았군. 들고 있던 샴페인으로 목을 축였다. 퍽 소리와 함께 제 형이 바닥으로 무너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타격감으로 봐선 아마 제대로 한 방 들어갔을 것이었다. 주먹을 휘두른 남자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곤 입술을 꽉 깨물며 회장을 뛰쳐나간다.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와 함께 시선이 몰렸다. 제 옆에 있던 사람들도 이 상황에 어찌 행동하진 못하고 눈만 굴러 눈치를 살폈다.

 

'나야 편하지만.'

 

 입 안에서 굴리는 샴페인이 유독 달았다. 아까부터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웃었더니 좀 쉬고 싶었다. 본의아니게 그 자리를 마련해준건 시리우스였지만. 슬쩍 사람들 뒤로 빠졌다. 지금 어머니의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어머니의 화는 언제나처럼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겠지만, 시리우스에게 심심치 않은 위로를 마음속으로 건넸다. 그러게 1절만 하지. 빈 잔을 웨이터에게 건네고 회장을 나왔다. 소란이 잠잠해질 때까지 피신할 장소가 필요했다. 이 난리통에 자신이 사라진 것쯤은 가볍게 묻힐 것이다. 계단을 내려오다 흔들리는 검은 머리칼을 본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 레귤러스는 순간 생각했다.

 

*

 

 시리우스는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웅성거리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시리우스 본인조차도 상황 파악이 안되었다. 블랙 여사를 향해 웃을 때만해도 가벼운 장난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어떻게 되었더라. 왼쪽 볼이 찌르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입 안에서 약간의 피 맛도 났다. 별이 보이기 전 눈 앞에 아른거리던 검은 머리칼이 떠올랐다.

 

 몸을 벌떡 일으켰다. 화가 났다. 그러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제임스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과 비슷할까, 그렇진 않다. 시리우스는 그대로 일어나 달려나갔다. 바닥을 구르느라 잔뜩 붙은 먼지와 구겨진 정장은 안중에도 없었다. 꽉 조여져있던 넥타이를 대충 풀어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 자식을 찾아야했다.

 

"젠장."

 

 아까 제대로 누구랑 친분이 있는지 알아놓을걸. 무작정 찾으려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나지막이 내뱉는 욕설에 제 옆을 지나던 남자가 몸을 흠칫거린다. 이런 곳에서 하는 행동 모두가 나중에 블랙 여사의 귀에 들어가겠지만, 지금 당장 시리우스가 알 바는 아니었다. 모퉁이를 돌자 익숙한 뒷통수가 보였다.

 

"야, 레귤..러스?"

 

 저를 부르는 부름에 레귤러스가 뒤돔과 동시에 가려져있던 인영이 눈에 띄었다. 눈에 띄게 흠칫거리는 모습에 바로 달려가 팔을 꽉 붙들었다. 당황해 흔들리는 검은 눈동자가 이질적이다.

 

"야 너."

"...뜬금없이 뭡니까?"

 

 세베루스는 부러 눈에 힘을 주곤 퉁명스레 답했다. 하!-시리우스는 그 당당한 모습에 기가 차다는 헛웃음을 뱉었다. 회장에서의 일이 다시 생각났다.

 

"네가 치고 지나간 이 볼이 생각나진 않은가봐?"

"그쪽이 먼저 날 무작정 끌고나가지 않았습니까? 정당방위였을 뿐이라 그 머리로는 생각되지 않나?"

"뭐야?"

 

 시리우스가 한 마디를 던지면 세베루스는 두 마디로 반격했다. 점점 격해지는 분위기에 가만히 가운데에 껴있던 레귤러스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내가 이런 신세가 된 걸까, 중얼거린다. 조용한 곳을 찾다 세베루스와 마주치곤 어색한 인사를 나눈 것이 다였던 듯한데...그 잠깐 사이에 찾아와 난동을 피울 줄은 몰랐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복도에 울리자 하나 둘 보는 눈이 늘어난다. 이 망할 형은 제 행동에 안중도 없었지만 자신은 매우, 매우 곤란했다. 어머니 귀에 이 소식이 들어가기라도 한다면...잠시 팔에 소름이 돋았다. 여전히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시리우스의 뒷목을 잡아챘다.

 

"일단 다른 곳으로 가죠. 보는 눈이 너무 많습니다."

 

나직한 중얼거림에 세베루스도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본다. 찌르는 듯한 시선에 입을 앙다물었다. 작게 끄덕이는 고개를 본 레귤러스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야, 야?!- 그곳에서 시리우스의 의견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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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니까 썰이 꽤 재미있는 것 같아서 짧게 뒷 이야기 좀 더 풀어봤습니다...괜히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ㅋㅋㅋㅋㅋㅎㅎㅋㅎㅎ

알고보면 입 험한 레귤러스 넘 조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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