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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시리스네ts] 자각 1

 

 주륵-거칠게 쏴대었던 주문에 맞은 손등이 형편없이 찢겨 선홍빛 액체를 사정없이 뱉아내었다. 주문을 쏜 그도, 주문에 맞은 그녀도 평소의 영특한 머리로 자자했던 소문이 무색하게 지금 이 상황이 단박에 이해되지 않는 듯 눈을 두 어번 깜박였다. 바닥이 그리핀도르의 색으로 덮여버릴 때까지, 지나가던 붉은 머리칼과 녹빛 눈을 가진 그리핀도르 소녀가 그것을 발견하여 비명을 지르며 달려올 때까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어느 누구하나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에, 멀린 맙소사! 세브! 이게 대체...!!"

 

 눈물을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 같은 풀색 눈동자와 마주하자 세베루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동시에 느끼지 못했던 손등의 통증이 확 밀려오며 눈 앞이 아찔해졌다. 시시각각 창백하게 질려가는 세베루스의 얼굴에 릴리 에반스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하였다. 덤으로 그 곁에 있던 시리우스 블랙을 앙칼지게 노려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오, 시리우스 블랙! 대체 세브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요새 포터가 뜸해졌다 했더니 이번엔 너가 기어이 일을 치르는구나! 심지어 그 망할 포터도 이 정도의 일-본의아니게 포터를 두둔하게 된 것이 싫은 듯 릴리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은 일으키지 않았다고! 너흰 대체 언제까지 세브를...!!"

"릴리."

 

 난 괜찮아. 다치지않은 반대편 손으로 릴리의 팔을 감싸자 릴리는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꽈악 깨물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주머니에 꼽아두었던 지팡이를 꺼내 페룰라를 외쳤다. 하얀 붕대가 손을 꼼꼼하게 감싸자 그녀는 세베루스를 조심스레 병동으로 이끌었다. 두 소녀가 멀어져 안 보이게 될 때즈음, 시리우스는 손에 계속 쥐고 있던 지팡이를 떨구었다. 고여있던 피웅덩이에 빠지면서 지팡이가 더러워져갔지만 오히려 지팡이가 아닌 검붉은 피에 집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혼이 빠져나가있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제임스와 리무스, 피터는 처참한 현장의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평소라면 망할 슬리데린의 스니벨루스를 통쾌하게 무찔렀다 깔깔댔을 제임스마저 이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몰라 머릿속이 뒤엉키는 느낌이었다. 리무스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휘둘러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리우스의 지팡이만 남고 주변이 깨끗하게 정리되자 리무스는 지팡이를 집어들어 시리우스에게 건네었다.

 

"시리우스, 이번에 너가 스네이프에게 심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이번엔 교수님들도 그냥 장난이라고 넘기기 힘들...시리우스?"

 

 내밀어진 지팡이를 받을 생각조차 없어보이는 시리우스의 모습에 리무스의 정신을 차린 제임스도 당황했다. 패드풋? 어깨를 잡고 살며시 흔들자 은회색 눈에 다시 빛이 감돌았다. 어? 고개를 들어올려 마주친 리무스의 눈에 그는 흠칫 놀랐다.

 

"시리우스 너 괜찮은거야? 왜 그래?"

"아, 아니...."

"아하, 우리 시리 자기, 피보고 많이 놀랬구나?"

 

 물론 이 제임스님은 그런걸 봐도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말이야! 제 어깨에 팔을 두르곤 쉴세없이 재잘거리는 제임스에게 작게 웃어주곤 그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제 얘기를 듣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차린 제임스가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기 전까지 말이다.

 

*

 

 시리우스는 작게 이를 갈았다. 그 사건 뒤로 교수진들은 발칵 뒤집혔다. 교내에서 학생이 주문으로 다른 학생을 다치게 한 것은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루더즈와 릴리가-제임스는 릴리의 협박아닌 협박에 울며겨자먹기로 동참했다- 교수들과 합세해서 그 날의 일을 쉬쉬했지만 소문이 퍼지는 것은 막기 힘들었다. 사건의 당사자가 시리우스와 세베루스인 것은 퍼지지않았지만 학생들은 그들끼리 모였다하면 그 소문에 대해 입을 모았다. 방금도 제 앞에서 그 사건에 대해 떠들고있는 멍청한 슬리데린 자식들에게 시뻘건 종기를 잔뜩 선물해준 시리우스는 거칠게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애제자에 대한 일이라는 슬러그혼의 강력한 주장은 교수들에게 시리우스의 징계를 그에게 맡기는 일에 이르렀고 호레이스 슬러그혼은 그의 주전공인 마법의 약에 필요한 재료 손질을 무려, 일주일동안이나 맡겼다! 끈적이는 두꺼비 내장을 헤집는 일이라던가, 따끔한 가시가 가득한 나뭇가지들을 다듬는 일이라던가, 고약한 냄새를 문 앞에서부터 풍겨대는 약들을 정리하는 일 등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더욱 짜증나는 것은 징계를 받는 6일 내내 세베루스의 기름진 머리칼 한 가닥도 구경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베루스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선 오히려 다행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만히 있기만해도 피로 얼룩진 새하얀 손과 바닥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것이 제 신경을 긁어내렸다. 종래에는 세베루스가 그에게 저주를 심어놓은 것이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할 정도였다.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시리우스는 그녀를 만나야했다.

 

 마지막 징계를 위해 지하를 내려가면서 지팡이를 가만히 손으로 쓸어내렸다. 피가 잔뜩 묻어있었을 것을 리무스가 닦아내었지만 제 눈에 아직도 붉은 기운이 어른거린다. 신경질적으로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와 강하게 부딪히면서 상대방이 들고 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너...!"
"...블랙?!"

 

 경악으로 물든 흑안이 채 사라지기 전에 시리우스는 그녀의 팔을 꽉 움켜잡았다. 생각보다 억세게 잡은 것인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세베루스에 손의 힘을 살짝 풀었지만 놓지는 않았다. 다친 손 쪽을 잡은 것인지 들어올린 손은 붕대로 감겨있었다.

 

"이거 놔 블랙."

"미안해서 어쩌지? 난 놓을 생각이 없거든."

 

 짐을 떨어드리면서 같이 떨어진 지팡이는 이미 시리우스의 손에 들어왔다. 도망갈 수도 없는 이 상황에 세베루스는 속으로 미친듯이 시리우스를 향해 욕을 퍼부었다. 징계를 받는동안 마주치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왜 자신은 시리우스 블랙이 징계를 받으러 오는 곳이 슬러그혼 교수의 연구실이라는 것을 까먹고 있었는가! 그녀는 시리우스의 손 안에 있는 지팡이를 바라보며 시리우스를 노려보았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손 하나를 망가뜨려놨으면 충분한 거 아닌가?"

"너, 네게 저주라도 건거냐?"

 

 뭐?-제 질문엔 관심도 주지 않으면서 제 할 말만 하는 시리우스의 태도도 매우 괘씸했지만 그의 말이 더 이상했다. 저 멍청이는 지금 자신이 그에게 저주를 걸 시간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손이 찢겼을 때는 지팡이조차 쥐고 있지 않았다. 나중에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릴리가 지팡이를 건네는 것을 받고 얼마나 분해했는가. 애초에 저주를 걸 시간이 있었더라면 며칠동안은 병동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저주를 걸었겠지!

 

"블랙 네 머리는 정말로 장식으로 달려있는 건가? 그딴 버러지같은 소리를 내 앞에서 지껄이다니."

"하!"

 

 매섭게 노려보는 눈을 마주치자 순식간에 붉은 잔상들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시리우스 블랙! 징계받으러 오지 않고 거기서 뭐하는거냐!"

 

 슬러그혼의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시리우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슬쩍 시간을 확인해보니 징계를 받으러 가야할 시간이 지나있었다. 망할 스니벨루스 때문에! 와그작 얼굴을 구긴 시리우스는 세베루스의 팔을 놓았다. 팔을 주무르는 그녀의 행동을 무시하곤 슬러그혼의 연구실로 향하려는 순간 세베루스의 손이 시리우스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내 지팡이를 내놔 블랙."

"아."

 

 지팡이를 돌려주기 전에는 놓지않겠다는 듯 세베루스의 움켜진 손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새햐앴다. 까먹고 있던 이질적인 지팡이의 존재를 눈치챈 시리우스는 작게 소리를 냈다. 돌려주려 내밀어진 손이 순간 정지했다. 지금 이 지팡이를 왜 굳이 세베루스에게 돌려주어야 하나? 지팡이를 가지면서 우위를 점한건 시리우스 본인이었다. 그는 스스로 부정했지만 순수한 블랙가의, 즉 슬리데린의 피를 물려받은 적자이다. 그는 제 손 안에 들어온 기회를 그냥 뻥 차버리는 바보가 아니었다.

 

"내가 왜?"

"뭐?!"

 

 당황한 세베루스의 얼굴빛을 보는 것이 꽤나 유쾌하다. 지팡이를 손가락으로 굴리며 씨익 웃었다. 제 손 안에 들어있는 것을 뺏으려는 작은 움직임은 그가 세베루스의 목 밑에 지팡이를 들이미는 행위로 제지되었다.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으나 세베루스의 눈은 다른쪽 손에 들려있는 제 지팡이에 고정되어있었다.

 

"내가 이 지팡이를 그냥 돌려주는 건 너무 손해가 아닐까, 스니벨루스?"

"블랙 너 이 자식..."

 

 까득거리는 이빨소리에 시리우스의 미간은 좁혀졌다. 지팡이를 내리고 턱을 우악스레 쥐어잡자 세베루스의 입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붉은 속살 속 더욱 붉은 그것이 비쳐지는 모습에 순간 그 장면이 다시 뇌리를 스친다. 세베루스의 매서운 손이 제 손을 끌어내리자 잔상은 금세 또 자취를 감추었다.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그는 능청스레 말을 붙였다.

 

"새벽 한 시 반"
"...?"

"천문탑으로 나와. 네 기름때가 묻은 지팡이를 돌려주는 건 그때일거야."

 

 그 말을 끝으로 시리우스는 뒤돌아 슬러그혼의 연구실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제가 왜 스니벨루스에게 밤중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몇 시간 뒤의 만남은 생각보다 그의 기분을 고양시켰다. 징계시간에 늦어 슬리그혼의 잔소리아닌 잔소리에 내내 시달리면서도 시리우스의 입가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돌아오자 시리우스는 바로 제임스를 찾았다. 다행이도 오늘밤은 내일 릴리에게 선사할 이벤트 준비로 제임스가 바빠 호그와트 탐험이 없었다. 하도많이 쏘다녀봐서 이제는 눈감고도 필치와 노리스 부인을 피할 수 있었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 생각하고 시리우스는 제임스에게 투명망토를 빌렸다. 투명망토를 빌려주면서도 의아해하는 제임스에게 시리우스는 장난을 칠 때의 그 개구진 웃음을 얼굴 가득 보이며 비밀이라 내뱉었다. 제임스가 비밀을 실토하라며 지팡이를 꺼내들면서 싸움이 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

 

 10분 경이되고 제 친우들이 모두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한 시리우스는 투명망토를 허리춤에 대충 묶고 기숙사를 나섰다. 하품을 쩍하며 오늘도냐며 타박하는 뚱보 여인 초상화를 뒤로하고 다소 빠른 걸음을 놀렸다. 품 속에 고이간직해둔 그녀의 지팡이를 한 번 더듬어 확인하고는 씨익 웃었다.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 가볍게 울린다. 순간 야옹하고 작게 울린 소리에 시리우스는 걸음을 멈췄다. 노리스 부인이 지금 이 시간에 여기를 순찰하지는 않을텐데? 궁금함이 일었던 것도 잠시, 저 멀리서 달려오는 검은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라오다가 노리스 부인에게 들킨 것인지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진득하게 붙어있었다. 혀를 작게 차고 시리우스는 점점 가까워지는 세베루스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갑자기 잡힌 팔에 세베루스가 놀라 작게 저항했지만 제 팔을 붙잡은 것이 시리우스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순순히 끌려갔다. 노리스 부인이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가 시리우스는 제 허리춤에 있던 투명망토를 풀어내 그들의 머리 위에 씌웠다. 발까지 완벽하게 가려지는 순간 심술궂게 생긴 늙은 고양이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세베루스가 놀라 흡 숨을 들이키자 시리우스는 세베루스의 입을 틀어막았다. 들키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하고 가만히 있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세베루스의 반응에 시리우스는 노리스 부인을 슬며시 노려보았다. 눈 앞에서 학생을 놓친 것이 분했는지 킁하고 괴상한 소리를 몇 번 낸 노리스 부인은 이내 반대편 복도로 꼬리를 흔들며 향했다. 어느정도 멀어진 것 같자 시리우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세베루스는 제 입을 연신 막고 있던 손을 치워내곤 입가를 벅벅 닦아냈다. 순간 옅게나마 꽃잎을 머금은 듯한 샴푸와 바디워시 향이 그의 코끝을 간질였다. 그 모습을 슬쩍 바라보던 시리우스는 생각만큼 세베루스의 머리칼이 기름지지 않고, 오히려 끝이 약간은 촉촉하게 젖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와의 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깝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시리우스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망할 고양이가 언제 다시 이쪽으로 올지 모르니까 일단 이거 계속 쓰고 가자."

"...쳇."

 

 씨근덕거리는 세베루스의 팔을 잡고는 조용히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달도 그날은 호그와트를 비추지 않았다. 평소보다 배는 어두운 복도에 그는 작게 루모스-를 외쳤다. 탑으로 향하는 도중 붙잡힌 팔을 계속 힐끔이며 조금씩 거리를 두는 그녀의 행동에 시리우스는 픽 웃으며 팔을 확 당겼다. 갑작스레 당겨지는 힘에 세베루스는 중심을 잃고 휘청이다 시리우스의 어깨에 머리를 박았다.

 

"...블랙...!!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울리는 골을 붙잡고 눈에는 눈물까지 고인 그녀는 시리우스를 잔뜩 쏘아봤다. 뼈 부분을 부딪혀서인지 시리우스 본인도 미간을 한없이 찡그렸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저를 끄는 팔이 다소 우악스레 바뀐 것에 세베루스는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지팡이를 빼앗긴게 죄지...그녀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

 

 아무도 없는 빈 천문탑 안은 고요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고 잠그는 시리우스를 빤히 쳐다보던 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이곳까지 오면서 아무 말도 없던 그라 더욱 불안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따라오긴했지만 지팡이도 없는 이 상황에서 현재로선 그녀가 그를 대응할만한 수단이 딱히 없단 사실이 더욱 등을 빳빳하게 세웠다. 소매 속 주먹진 손바닥에 손톱이 깊게 파고 들어감을 느꼈다. 문이 확실하게 잠긴 것을 확인한 시리우스는 몸을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필치나 그 망할 고양이가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그냥 블랙 네가 내 지팡이를 빨리 주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

 

 어깨를 으쓱이며 변명조를 내뱉는 시리우스의 말에 세베루스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하!-코웃음을 치는 그에게 세베루스는 손을 쓱 내밀었다. 뭐야? 내놓으라고 내 지팡이. 여기까지 왔으면 줘야하는 거 아니야?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태도에 시리우스는 순간 당황했다. 그녀를 여기까지 부른 것은 맞지만 부른 후의 일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기회를 놓치는 것도 굉장히 후회될 일이었다. 고민하는 시리우스의 모습에 세베루스의 미간은 한없이 찌뿌려졌다.

 

"블랙. 너가 날 여기로 부른 건 뭔가 나한테 원하는 게 있어서가 아니었나? 차라리 원하는 것은 빨리 말하고 내 지팡이 내놔. 난 너처럼 장난 칠 생각만으로 가득찬 머저리가 아니여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거든."

"뭐라고?"

 

저 스니벨리 자식이- 순간 욱해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그는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스니벨, 아니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항상 비열한 슬리데린이라 욕하지만 자신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손색이 없을 정도의 우등생이었다. 특히나 마법약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한 실력자였다. 오죽했으면 슬러그혼이 그렇게 싸고돌겠는가. 심지어 그녀는 슬리데린이었다. 투명망토로는 장난의 한계가 있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협조가 있다면 슬리데린 내부의 장난도구를 심어놓는 일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꽤 실속있는 생각들이 쉴세없이 시리우스의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야 스니벨, 아 아니 스네이프."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네가 내 이름을 선선히 부르다니 의외로군."

"원한다면 다시 스니벨루스라고 불러줄 의향은 충분히 있는데말야? 아무튼, 지팡이를 돌려주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

"너가 우리 장난을 도와줘야겠다."

 

뭐...?-황당하다는 얼굴에 시리우스는 속으로 유쾌하게 웃었다. 세베루스는 시리우스의 말이 차라리 거짓말이기를 빌었다.

 

"블랙 너 제정신이야?"

"내 정신은 참으로 멀쩡한데? 원한다면 너를 여기서 거꾸로 매다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어."

"하!"

 

이제는 그녀의 지팡이를 꺼내 빙빙 손가락으로 장난치는 모습에 세베루스는 허탈해졌다. 지금 여기서 싫다고 해보았자 시리우스 블랙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지팡이를 돌려주지 않을 것이었다. 인정할 순 없었지만 다년간 블랙을 경험해 본 바로는 그랬다. 까득 복잡한 마음에 이를 꽉 깨물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좋아 블랙. 네 제안을 받아들이지."

"좋았어."

 

씩 웃으며 대꾸한 후 시리우스는 지팡이를 살짝 휘둘렀다. 지팡이 끝에서 작게 빛이 나오기 시작하자 시리우스는 그녀의 지팡이를 내밀면서 말했다.

 

"이거 잡으면서 '나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시리우스 블랙과 더불어 마루더즈들의 장난을 졸업까지 언제나 그들이 원하는 때 도울 것을 맹세합니다.' 라고 말하면 돼."

"이게 무슨 주문이지?"

"뭐, 간단한 녹음 주문이지. 너가 이 맹세를 어기게 된다면 내가 친히 슬리데린 기숙사 앞에서 이 녹음 내용을 들려줄게. 재미있지 않겠어?"

"...망할 자식."

 

씨근덕거리며 머뭇머뭇 제 지팡이를 잡는 그녀의 반대편 손을 이끌고 제 지팡이를 맞잡게 했다. 흠칫 놀라는 그녀의 손이 느껴졌지만 살짝 멈칫하고는 꽉 쥐게 했다. 빛이 살짝 더 밝아지자 시리우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시리우스 블랙과 더불어 마루더즈들의 장난을 졸업까지 언제나 그들이 원하는 때 도울 것을 맹세합니다."

"됐어."

 

빛이 꺼지자 지팡이를 갈무리하곤 주머니 속에 집어넣는 시리우스에 세베루스는 재빨리 제 지팡이를 살펴보았다. 다행이 함부로 내버려준 것이 아닌 듯 지팡이는 깔끔하니 제 손에 감겼다. 저절로 얼굴이 풀린 그녀의 모습에 시리우스는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 앞에서 저리 유해진 표정을 지었던 적이 있었던가.

 

"알로호모라."

 

찰칵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에 상념에 잠겨있던 시리우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그녀의 팔을 순간적으로 붙잡았다. 확 붙잡힌 팔에 뒤로 넘어질 뻔한 세베루스는 확 그를 노려보았다.

 

"뭐지? 볼 일 다 끝났던거 아닌가?"

"데려다줄게."

 

됐다고 말하려는 그녀를 무시하곤 투명망토를 휙 머리위에 씌우는 시리우스의 행동에 세베루스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 어깨를 감싸 당기는 시리우스의 행동에 흠칫했지만 곧 이내 체념한 듯 세베루스는 가만히 그에게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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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분이 제안해주신 시리우스와 스네이프의 연애기를 문득 쓰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긴했는데...생각보다 얘네 사이 좋게 하는거 너무 힘들다...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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