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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카무오키 조각글

 

오늘도 여전히 하늘은 푸르다. 시리도록 푸르러 감히 올려다 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지긋지긋하네, 저 놈의 태양은. 배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카무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붕대로 얼굴 전체를 휘감아 올리고서는 그래도 부족한지 보라색 우산을 들어 햇빛을 막았다. 우산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그늘 안에 몸을 꽁꽁 숨긴 채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아, 역시 밤에 나올 걸 그랬나, 몇 분 채 걷지도 않았는데 한낮의 태양은 쉴세없이 온 피부를 들쑤셔 놓는 것만 같다. 아직은 익숙해지지 않은걸까나. 바보 동생은 잘 견디던데 말이지. 강변을 따라 주욱 걸으니 물 내음이 코 끝을 간질었다. 빛을 반사해 마치 보석같이 빛나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나 하품이 나왔다. 아부토가 옆에 없어서인지 유난히 더욱 지루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따위 나중에 하라고 하고 데리고 나오는 것이었다. 아 물론 그랬다면 이렇게 빠져나오지도 못했겠지만. 하루종일 서류만 보고 일처리를 하는 것은 그의 적성에는 맞지가 않다. 강둑 한 켠에 우산을 박아 파라솔처럼 만든 후 붕대를 풀어 아무 곳에나 던져버린 후 그늘에 누웠다. 하늘을 올려다보고자 해도 우산에 가려 그 푸른 빛은 제 눈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재미없어. 역시 야토에게는 이런 평화따위 필요없는 걸지도 모른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잠시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제독이 되고 얼마되지 않는 시기였기에 평소보다는 잠이 부족한 것을 몸이 먼저 느끼는 것인지 시원한 바람에 몸이 풀려갔다. 차라리 다시 가서 서류나 볼까...?

 

"어이, 거기."

"?"

뒤쪽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으나 우산에 가려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박혀있던 우산을 들어 조금 위로 치켜올리자 잠시 빛에 눈이 부셨지만 두 어번 깜박이는 것으로 사물은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 검은 제복...? 허리엔 검을 차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녀석은 딱 봐도 귀찮아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연한 갈빛 머리를 흩날리며 다가온 그는 카무이를 이리저리 쳐다보며 입을 떼었다.

 

"이봐요, 여기서 한가롭게 피크닉이나 즐기고 계시면 안되거든요. 저기 팻말 안 보이십니까?"

"팻말?"

 

녀석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정말로 조그마한 나무 팻말이 서있었다. 출입금지라고 적혀있는 팻말을 빤히 쳐다보다 그를 다시 쳐다보자 뒷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말했다.

 

"어쩄든 여기 계시면 안됩니다. 신속히 나가주세요."

"헤에...싫다면?"
"그럼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 끌어내야죠 뭐."

 

무력이라는 말을 꺼내면서 녀석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히지카타한테 쌓인 스트레스나 풀까, 라는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얼핏 들린 듯했다. 재미있어질 것만 같은 느낌에 예의 평소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자 그도 입가를 보일 듯 말 듯 살짝 올렸다.

 

"있잖아."

"뭡니까?"

"너 강해?"
"...?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말입니까?"

"강하냐고."
"물론 강합니....."

콰앙-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먹에 힘을 가득 실어 내질렀다. 말을 하다 갑자기 기습을 당해서인지 눈에 당황한 기운이 서렸지만 그것도 잠시, 재빨리 허리의 검을 맞잡는다. 순간 눈이 마주쳤고 녀석의 붉은 눈이 보였다. 핏빛의 눈에 서린 긴장감과 싸움에 대한 희열을 보자 심장이 쿵쾅거린다. 재미있어. 요시와라에서 하얀 머리의 사무라이의 싸움을 봤을 때만큼 두근거리는 심장이 싸움에 달아올라있는 피를 온 몸에 전달했다. 우산을 들어 세로로 길게 내리치자 옆으로 살짝 흘러내며 그 궤도를 유지하며 검을 휘둘렀다. 허리를 뒤로 꺾어 아슬아슬하게 피한 후 뒤로 조금 물러났다.

 

"강하네. 역시."
"네놈도 힘은 무식하게 센 것 같네."

 

자신의 옆 땅이 움푹 파인 것을 본 그가 질린다는 듯 내뱉었다. 금세 자세를 잡고 몸을 움직이는 녀석의 동작에 맞춰 나도 몸을 움직였다. 왼쪽 어깨가 얕게 베이는 동시에 그의 왼팔에서 우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주먹을 정면으로 막으면서 뼈가 부러진 걸까, 그는 미간을 잔뜩 찌뿌리며 아직 살 속에 박혀있는 검을 고쳐잡아 힘을 준다. 검을 타고 흐르는 피에 피에 절어있는 왼팔로 검날을 그대로 잡았다. 힘을 주어 더 이상 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잡고 있자 그제야 코 앞에 닿을 듯이 가까이 있는 녀석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도 자신의 얼굴이 바로 코 앞에 있다는 것에 놀란 것인지 동공이 확대되가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차이나...?-차이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은 그 녀석은 그대로 검을 잡아 빼었다. 피가 흐르는 어깨의 상처를 슬쩍 보다 녀석을 바라보니 꽤나 당황한 듯한 얼굴이다. 싸움 중에 다른 생각이라니, 나에게만 온전히 집중해줬으면 말이지. 오랜만에 만난 자신과 호각을 다투며 싸울 수 있는 상대에 즐거웠던 감정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이, 너 말이야...혹시 카구라라는 이름 아냐?"
"카구라? 너가 어떻게 바보 동생을 알고 있어?"

저 녀석의 입에서 바보 동생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입을 열러는 순간 아부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아니, 제독!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햇빛에 이렇게 그냥 있다니 제독 미쳤어?-땅에 떨어져있는 우산을 집어 씌워주며 평소와 같이 퉁명스럽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부토에 어깨를 한번 으쓱여보였다. 죽여버린다 아부토. 콧방귀를 뀌는 아부토를 뒤로하고 녀석을 보자 더 이상 싸우지 않을 생각인지 검을 집어넣는 모습이 보였다.

 

"너 이름이 뭐야?"
"네놈이 그건 알아서 뭐하게?"

아무 말 없이 웃고만 있자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붉은 입술을 떼었다. 오키타 소고. 소고라,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 어이, 맘대로 요비스테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뒤에서 계속 재촉하는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만나면 제대로 한 판 붙어보자고? 가만히 제자리에 서있는 그를 뒤로 하고는 아부토와 같이 배로 돌아왔다. 끈적하게 말라가는 피가 묻은 옷을 벗어내리면서 작게 키득거리면 웃음을 터트렸다. 내 피를 보는 건 오랜만이야. 재밌는 녀석이네.

 

"아부토."
"왜?"
"아까 그 오키타 소고라는 녀석에 대한 것 좀 알아봐."
"하아?! 내가 왜 그딴 녀석의 신상이나 캐야하는..."
"죽여버린다 아부토?"

그 말을 끝으로 침대에 벌렁 누워버린다. 옆에서 아부토가 쨍알쨍알 뭐라하는 것이 보이지만 귓가에서 맴돌기만 하고 머릿속에는 들어오진 않는다. 놓치지 않아. 그런 재미있는 녀석은.

 

"사무라이의 별은 역시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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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 카무이와 오키타의 이야기는 상상에만 맡기는 걸로....(어이

은혼 입덕하고 카무오키를 파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왜 나는 사약만 드링킹하게 되는거지..??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열분...카무오키 파주세요.....(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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