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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카무오키 조각글 오늘도 여전히 하늘은 푸르다. 시리도록 푸르러 감히 올려다 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지긋지긋하네, 저 놈의 태양은. 배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카무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붕대로 얼굴 전체를 휘감아 올리고서는 그래도 부족한지 보라색 우산을 들어 햇빛을 막았다. 우산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그늘 안에 몸을 꽁꽁 숨긴 채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아, 역시 밤에 나올 걸 그랬나, 몇 분 채 걷지도 않았는데 한낮의 태양은 쉴세없이 온 피부를 들쑤셔 놓는 것만 같다. 아직은 익숙해지지 않은걸까나. 바보 동생은 잘 견디던데 말이지. 강변을 따라 주욱 걸으니 물 내음이 코 끝을 간질었다. 빛을 반사해 마치 보석같이 빛나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나 하품이 나왔다. 아부토가 옆에 없어서인지 유난히 더욱 .. 더보기
[카무아부카무] 일상(?) "어이, 단장." 피에 젖은 머리칼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카무이는 익숙하게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좋을 더듬이를 쫑긋 세우며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입가를 끌어올리며 웃는 얼굴로 돌아보자 자신의 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피 떄문에 얼굴에 여기저기 붙어있던 머리카락이 자신의 얼굴 위를 배회하는 움직임에 정돈되어간다. "대체 몇이나 죽인거야? 다 찢어놔서 알아보기도 힘들구만." "뭐 어때? 다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거잖아?" 발랄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아부토는 짧게 한숨을 쉰다. 딱 봐도 20이상은 죽인거 같은데 마치 "나 방금 밥 먹었어." 같은 저 가벼운 태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원로들이 곧 올거란 말에 꿍얼거리긴 했으나 이내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 더보기
[카무오키] 마음 한 조각 주륵-한 방울의 땀이 부드럽게 완만한 곡선을 따라 흘러내린다. 뽀얀 피부를 반 이상 드러내며 카무이의 입가는 평소와 달리 일자를 긋는다. 카무이의 아래 깔린 남자는 내뱉는 숨결마다 거칠기 그지없다. 카무이 본인보다는 조금 까무잡잡한 편이었지만 사내라 보기에 하얀 것은 마찬가지이다. 붉은 꽃이 이곳저곳 피어난 상체는 바깥공기를 마신지 오래였다. 진선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제복은 이미 갈가리 찢겨진 채 발치 저 어딘가에 구르고 있을 것이다. 젠장... 작게, 하지만 확실히 들을 수 있는 욕설은 현재 그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간질이는 붉은 머리칼을 지금 당장이라도 다 뜯어버리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제 허리는 정말 바스러지리라. 조금이라도 몸을 편히 하고자 몸을 살짝 뒤척이니 이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