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은혼

[카무아부카무] 일상(?)


"어이, 단장."


피에 젖은 머리칼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카무이는 익숙하게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좋을 더듬이를 쫑긋 세우며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입가를 끌어올리며 웃는 얼굴로 돌아보자 자신의 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피 떄문에 얼굴에 여기저기 붙어있던 머리카락이 자신의 얼굴 위를 배회하는 움직임에 정돈되어간다.


"대체 몇이나 죽인거야? 다 찢어놔서 알아보기도 힘들구만."

"뭐 어때? 다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거잖아?"


발랄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아부토는 짧게 한숨을 쉰다. 딱 봐도 20이상은 죽인거 같은데 마치 "나 방금 밥 먹었어." 같은 저 가벼운 태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원로들이 곧 올거란 말에 꿍얼거리긴 했으나 이내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카무이다. 책잡히면 안된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한 보람이 있다고 아부토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사라진 멀끔한 얼굴이 방문을 열고 뺴꼼이 내밀어진다. 바보털이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단장이 기분이 꽤나 좋아졌다는 것에 안심했다. 아까 챙겨나왔던 간부용 제복을 던져주었다. 가볍게 낚아채 이리저리 흝어보던 카무이는 곧 입을 대발 내밀었다.


"에에...이거 입기 싫은데..."

"어쩔 수 없잖아. 원로들이 모인 자린데 싫어도 입어야지."

"흐응..."


묘한 색기를 머금은 눈꼬리가 곱게 치켜 올라가 저를 흘겨본다. 이런 일에 종사하지만 않았다면 여자 몇 십은 가볍게 울렸을 얼굴이라며 아부토는 내심 속으로 혀를 찼다. 물론 본인은 그 고운 얼굴이 아깝게 이런 짓거리나 하고 다니지만 말이다. 제복 저고리를 내게 들이밀며 눈만 말똥하니 치켜뜨며 쳐다보는 단장이다. 한 쪽 눈썹을 찌그러뜨리며 쳐다보자 생긋 웃으며 입을 연다.


"입혀줘 아부토."


"...뭐라고 단장? 내가 요새 가는 귀가 먹었나...?"


당황스럽다. 아니, 이건 단순히 당황스럽다 표현이 안될 정도다. 지가 무슨 서너살 먹은 꼬꼬마도 아니고 뻔뻔하게 면상을 들이밀고 하는 소리가 저것이라니. 평소에도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단장이지만 오늘은 장난이 너무 심하다 생각이 들었다.


"입혀달라고."

"아니 저기 단장....단장이 애도 아니고..."
"해준다고?"
 

싱긋-아, 여기서 더 헛소리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메세지가 얼굴 전체에서 뿜어져 나온다. 눈빛에 일말의 장난끼도 없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에 하나의 증명을 더해준다. 벙쪄있는 아부토의 팔에 옷가지들을 떠넘기고는 팔을 잡아끌어 방 안으로 이끈다. 우악스러울 줄 알았던 손길이 나름 부드러워 그가 흠칫 놀랄 새도 없이 쇠로 된 방문이 닫혀버린다.


불도 키지 않아 어둑한 방 안에 싱긋 웃고 있는 카무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두 손을 가만히 늘어뜨리고 있는 폼새를 보아하니 정말로 입혀달라는 것이다. 조심스레 손가락을 놀려 단추 하나하나를 풀어낸다. 검은 빛의 옷감이 사라지고 남는 것은 희디흰 피부. 약간 서늘한 느낌마저 든다. 재빨리 윗옷을 마져 벗겨내고 셔츠를 팔에 꿰어준다. 흰 피부에 흰 셔츠가 더해지니 더 창백해 보인다.


대충 단추를 목 끝까지 여미고서는 제복의 팔을 끼우기 위해 팔을 들어올린다. 가볍게 스치며 팔이 들어가고 나머지 반대쪽도 수월하니 끼워넣는다. 그 사이에도 뭐가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나즈막히 한숨과 함께 마지막 매무새를 정리하니 그 자리에서 팔을 이리저리 들춰보며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 단장이다.


"흐응. 잘했어 아부토."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기쁨을 표현하며 어느샌가 방 밖으로 나가버린다. 옷에 묻은 먼지를 툭 털어내고는 카무이의 뒤를 따르는 아부토였다.


-----


일상에서도 서서히 자신에게 익숙해지게 아부토를 조교(?)하는 카무이를 보고 싶었는데 이게 웬 똥인가...ㅍㄷㅍ





 

'은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무오키 조각글  (2) 2016.04.06
[카무오키] 마음 한 조각  (0) 201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