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후리/적강] 우연은 곧 인연-上
* WC결승에서 세이린이 이겼다는 설정입니다.
"하 오늘도 연습 힘들었다. 수고했어, 쿠로코."
"후리하타군도 수고하셨어요."
평소보다 배는 많았던 연습량에 후리하타와 쿠로코는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이 차가워진다며 리코의 잔소리가 따라왔지만 그런 것을 신경쓸만큼 여유가 없다.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옆에서 카가미가 건네준 물통을 붙잡고 벌컥벌컥 들이키는 후리하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쿠로코는 이내 입을 떼었다.
"후리하타군."
"응, 왜?"
"오늘 같이 서점에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책 하나를 찾아야하는데..."
"어..나는 상관없는데, 원래 카가미랑 같이 가지 않았나..?"
"카가미군은 바보니까요."
뭐!? 멀찍이서 선배들과 얘기를 나누던 카가미에 귀에 말이 들렸는지 큰 소리가 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후리하타의 말을 기다리는 쿠로코였다. 이렇때보면 쿠로코도 대단하다니까, 후리하타는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곧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응, 같이 가자."
* * *
"쿠로코, 찾았어?"
"아니요, 아직..."
쿠로코가 찾는다는 책은 출판된지 꽤 오래된 책이었고, 더 이상 일반서점에서는 판매가 되지 않는 품목이었다. 일반서점과는 달리 중고서점에는 컴퓨터로 책을 찾는 시스템이 없어 책들을 하나하나 찾아야 했다. 종이 내음을 맡으며 책을 살피는 눈길은 자못 신중하기까지 하다. 혹시라도 놓칠까, 날카롭게 신경을 곧두세운다. 아무렇게나 쌓아올려진 책들을 헤집으며 다음 칸으로 가기 위해 발을 놀렸다. 다음 칸에도 역시나 책이 허리부근까지 한가득 쌓여있었다. 언제 다 뒤지냐, 한숨이 나온다. 흘긋 쿠로코를 바라보니 저쪽도 영 상황은 좋지 않은 듯하다. 쌓인 먼지가 날려 콜록거리면서도 책을 찾겠다는 의지가 사그라들지는 않아보였다. 열심이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어라..?"
위에서부터 책들을 흟던 중 뭔가 툭 튀어나와있는 책이 있어 뽑아보니 우리들이 그토록 찾던 그 책이다. 드디어 이 것도 끝이라는 생각에 후리하타의 입꼬리가 절로 움직였다. 책을 옆구리에 끼고 쿠로코을 향하는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다. 쿠로코에게 책을 내미니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이 웃음기가 감돌았다. 카운터에서 신문을 보던 할아버지는 흐트려져있던 안경을 한 번 치켜올리고는 인자히 웃으며 계산을 했다. 나중에 가게를 나설떄는 알사탕 하나씩을 주먹에 쥐여주셨다. 후리하타는 환하게 웃으며 약간은 큰소리로 인사하였고, 쿠로코는 예의 부드러운 얼굴로 작게 감사를 표했다. 책을 조심스레 가방에 넣고 나오니 벌써 해가 져물어가기 시작해 노을이 보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
"그러게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오래걸릴 줄은 몰랐는데요..."
"아,아니야! 신경쓰지마. 나름대로 재미있었는걸. 사과할 필요 없어."
"그래도..."
괜찮대도, 얼굴이 어두워지는 쿠로코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웃어보인다.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쿠로코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얼굴이 조금 펴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나중에 마지바에서 한 번 사겠습니다."
"우왓, 괜찮다니까."
"도움을 받으면 응당 그 대가를 드리는 겁니다."
"윽...그럼 감사히 받을게."
정말 쿠로코는 말로는 이길 수가 없다. 그래도 고민이 해결된 것이 마냥 기쁜 것인지 평소보다는 약간-그래봤자 표정변화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텐션이 올라간 모습에 괜시리 자신의 기분도 좋아졌다. 간간히 일상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샌가 갈림길에 들어섰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후리하타군."
"응. 쿠로코도 내일 봐."
* * *
여전히 평범한, 아니 약간은 지루한 수업들이 무사히 지나가고 체육관으로 향하기 위해 짐을 싸는 후리하타의 팔을 누군가 붙잡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맑은 물빛 머리카락이 보였다. 쿠로코다.
"저기, 후리하타군."
"아, 쿠로코 왜?"
"저, 그게,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아아, 뭔데?"
"음..어제 산 이 책 좀 이번 주말에 교토에 있는 아카시군께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시간이 안 나서요.."
"아,아카시?!"
아카시란 말에 경기를 일으키듯 반응하는 후리하타였다. 개회식 당시의 일과 더불어 결승 경기에서 아카시의 뜨거운(?)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냈던 것이 트라우마로 남은건지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후리하타의 반응을 어느정도 예상했는지 쿠로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어제 서점에서 찾은 책은 원래 아카시가 부탁한 물건이였고, 급하게 필요했기에 주말인 내일 쿠로코가 가져다 주기로 했지만 갑작스런 가족여행 계획에 의해 교토에 갈 수가 없게되었다는 것이였다.
"다른 기적의 세대들은 어쩌고?"
"연락은 해봤는데..다들 스케쥴이 있는 모양입니다."
곤란한 얼굴로 후리하타를 쳐다보는 쿠로코는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상대가 그 아카시라 그런가, 이러면 부탁 거절할 수가 없다고...아카시를 만날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양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애꿎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보지만 은근히 올라오는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받아야하겠지.
"...알았어. 책 가져다 주기만 하면 되는거지?"
"아...정말 감사합니다, 후리하타군."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적잖이 안심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쿠로코의 모습에 후리하타는 그냥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 * *
짹짹거리는 새 울음소리가 쌀쌀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방 안으로 울려퍼졌다. 슬쩍 눈을 떠 시계를 보니 6시,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한 시간은 더 빨랐다. 아카시를 만날 생각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한 것을 증명하듯 눈 밑에는 검은 다크써클이 내려와있었다. 더 이상 누워있어봤자 잠을 못 잘 것이 뻔하다. 침대에서 나와 찌뿌둥한 몸을 비틀어 풀어주니 우드득 거리며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났다.
"끄응.."
빨리 준비하자, 욕실로 들어가면서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신칸센을 타고 교토로 가는 길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교토 역이었다. 교토는 처음인데..쿠로코가 준 약도를 봐도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에라, 일단 가보자."
호기롭게 외친지 얼마나 됬을까...길을 잃었다. 골목 이쪽저쪽을 돌아봐도 거기가 다 거기 같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괜시리 마음만 급해져 발걸음이 빨라졌다. 급해진 마음에 앞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 후리하타는 골목을 돌다 누군가와 부딫혔다. 뛰다가 부딫혀서인지 후리하타는 그대로 뒤로 튕겨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야.."
"어머, 미안. 괜찮아?"
일으켜주려는건지 내밀어진 손을 잡고 일어나며 많이 들어본 목소리에 후리하타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 그리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경직된 후리하타를 온전히 일으키고 먼지를 털어주던 남자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곤 얼굴에 물음이 떠올랐다.
"어..너가 왜 여기에..?"
"그,그,그 라,라쿠잔의..."
어머머, 나 기억해주는 거야? 기쁘네-방긋방긋 웃으며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올리는 레오의 얼굴을 보며 후리하타의 얼굴은 펴지질 못했다. 후리하타의 얼굴을 신기한지 빤히 쳐다보던 레오는 이내 무언가가 생각난 듯 핸드폰을 한 번 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이름이..후리하타라고 했나? 후리짱, 미안. 오늘은 내가 연습이 있어서 못 놀아주겠다. 다음에 봐."
"에, 연습..아!"
지금 레오를 따라가면 라쿠잔에 갈 수 있을 것이고 아카시에게 책을 전달할 수 있다. 결론에 도달한 후리하타는 뒤돌아선 레오의 옷자락을 황급히 움켜잡았다. 당겨진 느낌에 약간은 놀란 듯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저,저기 저도 데려가주세요."
"에..? 우리 학교에 볼 일이 있는거야?"
"그, 아카시군을 만나야해서요.."
"세이짱을?"
그게, 전해줄 물건이 있어서..우물쭈물 사정을 얘기하는 후리하타의 말을 유심히 듣던 레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후리하타의 손을 잡았다. 갑자기 잡힌 손에 당황하는 후리하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레오는 잡은 손을 이끌고 골목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럼 내가 세이짱한테 데려다줄게."
근데 후리짱 너무 귀엽다! 아, 네...그러고보니 요새 세이짱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해야하나? 암튼 더 귀여워졌다고. 그,그래요..?-레오와 정신없이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한 학교에 다다렀다. 정문에는 크게 라쿠잔이라는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체육관으로 갈수록 명문이라는 소문답게 엄청난 시설물들이 즐비해있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후리하타는 흡사 이제 막 시골에서 상경한 시골소년처럼 연신 학교 안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주말임에도 꽤 많은 인원이 연습이 몰두하고 있었다.
"우와.."
세이린에서는 보지 못했던 각종 운동기구에 정신이 멍해진다. 멍하니 앞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느낌이 났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저절로 느껴지는 위압감이 그가 누구인지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차마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덜덜 떠는 그를 돌려세우는 손길이 부드럽지만 또 단호하다. 손길의 주인은 역시나 아카시다. 돌려세워지며 마주친 눈에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진다.
"쿠로코한텐 얘기들었어. 너가 후리하타..맞지?"
"어...아,응."
"책은...?"
"아.! 여,여기."
황급히 건네는 책을 유심히 바라보다 조심스레 건네받는다. 테스트를 본 후 결과를 기다리는 것 마냥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카시는 책을 이리저리 살핀 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 합격인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게 대체 뭐라고 그렇게 긴장하는건지,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하다.
"정말 고마워. 너한테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아 미안하네."
"응? 아,아니야! 내가 해주고 싶어서였는걸."
"..그래...?"
"으,어어?"
내가 무슨 말을!! 당황해서는 얼굴이 빨개진 후리하타를 바라보던 아카시는 짧게 웃음을 내뱉었다. 무서워 보이기만 했던 아카시의 웃는 모습은 처음인지라 후리하타는 두려움도 잊고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 저절로 눈을 맞춘다. 시선을 느낀 것인지 아카시는 얼른 웃음을 지웠고, 후리하타 본인도 빤히 바라보았던 것이 부끄러워는지 뒷머리만 긁적였다.
"아,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연습 열심히 해."
"아, 잠깐."
뒤돌아서려는 후리하타의 손을 아카시가 붙잡았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손과 맞닿은 살의 느낌에 몸이 움츠러든다. 아직 아카시를 대하는 것이 너무 무섭고 불편한데...슬쩍 손을 빼려는 후리하타의 움직임에 손을 잡아오는 힘은 더 거세어져온다. 악력이 세어짐에 따라 손에 전해지는 아픔에 후리하타가 인상을 찡그리자 스르르 힘이 풀렸고 곧 손은 자유로워졌다. 잡혔던 손을 보니 잡힌 모양을 따라 붉은 자국이 희미하게 남았다. 한두번 손으로 문지르니 자국은 금세 손에서 자취를 감춘다.
"왜, 왜 그래?"
"애써 책 가져다 줬는데 그냥 보내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을까?"
"아, 저기, 그게.."
"혹시 미리 잡은 약속이라도 있는건가?
"아,아니야..기,기다릴게."
거절하면 죽일 것 같은 얼굴에 차마 너가 무섭고 불편해서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하는 후리하타다. 쭈뼛거리며 벤치에 앉으니 연습하던 멤버들이 신기한 동물 구경하듯 후리하타를 쳐다봤지만 이내 연습에 신경을 곧두세운다. 아카시의 지휘 아래 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모습들을 보니 자신도 은근히 몸이 달아오른다. 아, 농구하고 싶다. 주변에 있던 농구공하나를 주워 손으로 장난을 치던 중 문득 아카시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과 같은 PG에 기적의 세대이고 얼핏들은 얘기론 집안도 부자라하고 공부도 잘한다던데,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완벽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대단하고 무섭기도 하지만...윈터컵에서의 결승 시합에서 세이린이 이겼을 때, 벤치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아카시는 외롭고 고독해보였다.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도 혼자 있는 그에게 계속 신경이 쓰여 아카시가 경기장을 나가자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버렸다. 그는 경기장 바깥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보고 있었을까,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단 한 방울의, 하지만 모든 감정이 응축된. 자신들과 달리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려는 그가 안되보이기도 했지만 뭔가를 떨처버린 것마냥 후련해보였다,라는 건 내 착각이였을까,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후리하타."
"어,응?!"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그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연습 끝났어, 많이 기다렸지? 아, 아니야. 아직 정신이 덜 깬 후리하타의 손을 아카시가 부드럽게 잡아 끈다. 본능적으로 손이 떨렸지만 아까와는 다른 따스한 느낌에 떨림이 가라앉았다. 약간의 위화감이 전신을 감쌌다. 뭐지? 뭔가가... 얼른 가자. 예의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후리하타를 제촉한다. 체육관을 나서니 겨울임을 증명하듯 한기가 바람을 타고 몸을 후려친다. 후리하타는 코끝이 시리는 걸 느끼며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고쳐매었다. 아카시를 슬쩍 바라봤지만 손이 시려오는것도 상관없는지 계속 손을 붙잡고 있는다. 이거..좀 부끄러운데.
"저,저기 아카시..손 좀..놔줄래?"
"아, 미안. 불쾌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가 그렇게 가까운 것도 아닌데 말이지..문득 든 생각에 의문이 들었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아카시와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무서움이 전체적으로 덜해졌다. 괜시리 나만 그런 것인가 부끄러워진다. 아카시는 잡고 있던 손이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던 모양이었다. 스킨쉽을 좋아하는 애였나?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교문 앞으로 나가니 차가 한 대 서있었다. 차 앞에 서 있던 남성은 아카시를 보더니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곧 문을 열어준다. 후리하타를 데리고 차에 타는 몸짓 하나에서도 여유로움이 풍겼다. 두 사람이 차에 탄 것을 확인하자 그 남성은 문을 닫고 차를 출발시킨다. 어색하고 불편해서 발만 쳐다보는 후리하타의 귀에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린다.
"혹시 원하는 거 있어?"
"으,응?"
"감사의 뜻으로 뭔가 해주려고. 말해 봐."
"그,그럼...음...교토 구경 시켜줄 수 있..어?"
교토 구경?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대답인 듯 아카시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아,안되려나..?"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왜 하필 교토 구경이야?"
"그냥..교토는 처음이기도 하고 딱히 원하는 것도 없어서..."
"흠.."
좋아. 흔쾌히 수락하는 아카시의 모습에 후리하타의 얼굴에 안심의 빛이 떠오른다. 그럼 어딜 가는게 좋으려나..시간상 다 둘러볼 수는 없으니...고민하는 아카시의 얼굴을 보던 후리하타의 머릿속에 문득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저기.."
"?"
"..기요미즈테라는 어때..?"
"..거길?"
"응, 안되려나...?"
"아니,뭐..그건 아닌데 왜 하필 그곳이야?"
"예전에 교토 안내잡지 봤을 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그럼 가자-차가 출발하자 이내 둘 사이에선 아무 말도 오가질 않는다. 정적이 둘 사이의 분위기를 점점 무겁게 바꿔놓는다. 평소에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후리하타는 그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지루함을 달랠뿐이었다. 창 밖에는 처음보는 교토의 풍경들이 휙휙 지나갔다. 풍경은 달랐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도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창 서로를 챙겨주는 연인, 아이들과 산책 나온 가족, 약속에 늦은건지 후다닥 뛰어가는 남성, 모든 것이 후리하타의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 신기하네..뭐가? 나름 작게 중얼거린다고 했지만 아카시의 귀엔 들렸나보다.
"그냥..교토도 도쿄랑 별로 사람 사는 건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후리하타의 말에 아카시가 작게 웃는다. 오늘따라 웃는 모습 많이 보네...아카시가 웃으니 웬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든다. 자신도 모르게 올라 간 입꼬리에 흠칫 하고 놀라선 다시 어색하게 앞을 보니 아카시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도 곧 앞을 보긴 했지만 말이다.
※ 기요미즈테라: 교토의 명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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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져서 결국 상하로 나누게 됬네요;;시험 끝난 기념으로 한 번 써봤습니다. 아카시랑 후리하타 너무 좋아요ㅠㅠ적강행쇼!!